나를 부르는 숲

TV에서 김은희 작가가 추천해서 알게 된 책이다. 빌 브라이슨이라는 사람이 미국 동부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종주한 기록인데 이 작가가 무척 웃기다는 것이다. 김은희 작가의 말론 마치 자신의 남편 '장항준'이 떠오른다고 하여 ㅋㅋ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서 읽었다.

예상대로 굉장히 유머러스하고 글도 좀 맛깔나게 잘 쓰는 사람이다. 재미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우스꽝스러운 행동묘사도 서슴치 않는 그런 사람. 장항준 감독처럼 이야기꾼 같은 스타일임. 하지만 단지 웃기는데서 그치지 않고 나름 미국의 역사, 환경,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솔직히 난 산에 큰 관심이 없어서 그렇구나~ 하고 말았지만, 등산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엔 종종 아름다운 풍광에 대한 감탄이 나오는데 아시아에 사는 사람인 나는 사실 상상이 잘 되지 않아서 몇 군데는 구글해서 보기도 했다. 미국답게 웅장하긴 한데 산이 많은 나라에서 살아서 그런지 그렇게 낯선 풍경은 아니었다. 작가는 트레일에 오르기 전부터 곰을 만나면 어떡하나 걱정하는데, 예전 우리나라라면 호랑이였을 것이다. 뭐 이런 차이점을 생각하며 읽으니 재밌었다. 그리고 나는 여성이기 때문에 저 트레일을 걸으면 주인공보다 딱 2배 더 위험하겠지? 뭐 이런 생각을 했음. 사실 엄두가 나지 않는다. 책에서도 주인공이 다녀간 장소에 한달 후 여성 2명이 죽은 채 발견되었다. 물론 이런 일은 매우 드문 일이라곤 하지만. 그냥 트레일을 걷는 것도 여자는 신경쓸게 더 많구나 싶고 벌써 힘들다^^

난 당연히 작가가 완주하고 나서 책을 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말을 봤을 때 ???? 약간 이런 상태였음. 완주를 하지 않아도 책을 내고 베셀이 될 수 있구나? 이 사실이 좀 신선했다. 그는 완주하지 못했지만 책을 한 권 완성했다. 애초에 나라면 종주를 포기했으니 책을 내려던 계획도 포기다! 하고 다음 단계를 완전히 접었을텐데 작가는 기록을 남겼다. 포기한 기록을.

난 간단히 일기를 쓰거나 다이어리를 쓸 때조차 나의 실패는 적지 않는다. 남들에게 비난받을 수도 있는 나의 욕망들도 적지 않는다. 누군가 읽었을 때 '정상으로 보일만한' 글만 쓴다. 깨끗하고 깔끔한 일상을 쓴다. sns도 그렇다. 내가 동네방네 트레일 갈 거라고 소문 냈는데 완주하지 못했다? 숨기는데 급급할 것이다. 없었던 일로 만들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좀 느끼는 바가 컸다. 완벽할 필요가 없다는 것. 그리고 꼭 그 산이 아니어도 된다는 것. 제대로 마무리를 짓는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배울 점이 많았다.

근데 난 책은 그냥 그래서 다시 읽진 않을 것 같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