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존슨이 죽었습니다

이 영화를 알게 된 건 봉준호가 꼽은.. 뭐였더라. 미래가 기대되는 감독? 중에 이 감독 이름이 있어서 보게 되었다. 올해엔 페이크 다큐에 관심이 많은 한해였는데 이것도 그런 작품 중 하나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이건 페이크는 아니구 그 과정을 다 보여주지만 마지막엔 정말 진지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에 나는^_^ 몇 분동안 속았기 때문에 페이크로 분류함

 

감독이 자신의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찍은 다큐다.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은 알츠하이머 아버지를 데리고 죽을 수 있는 여러 상황을 재연한다. 이부분이 흥미롭다. 보통 죽음을 목전에 둔 부모님 앞에서 '죽음'이라는 글자는 거의 금기시 되지 않나? (물론 딕 존슨은 많은 나이에도 불구 정정하심) 솔직히 나라면 절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거 같다. 부모님이 그저 남은 삶을 죽음이 영원히 오지 않을 것처럼 행복하게 지내셨으면 할 것임. 그런데 어떻게 이런 것을 기획하고 실행했을까? 죽음을 미리 경험해 본다는 것은 주인공에게, 그리고 감독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감독은 살아생전 어머니의 모습을 카메라에 많이 담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고, 그래서 이런 작품을 만든 것 같았다. 아버지는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 딸의 요구대로 여러번 죽는다. 대부분 예기치 못한 사고사였지만, 나쁜 것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천국으로 가니 평소 컴플렉스였던 기형 발가락이 정상으로 돌아와있었고 먼저 죽은 아내를 만나 춤도 췄다. 장례식 체험도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왔고 추도사를 읽던 친구는 오열했다.

 

아버지도 딸도 즐겁게 작업한 것처럼 보였지만, 두 사람 모두 진지했다. 그 근거로 살 날이 얼마남지 않은 아버지는 영화에 출연해 딸과 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해 살던 곳을 떠나 뉴욕으로 왔고, 딸은 아버지에 대한 영화를 완성했다. 이것보다 진지한 게 또 어딨을까? 죽음을 정면으로 바라본 자들만이 시간을 의미있게 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