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로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소치 동계올림픽 때 조작이 있었을 거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한국의 피겨 스케이터 김연아가 올림픽 금메달을 터무니없는 실력과 경력을 가진 러시아 선수 때문에 놓쳤기 때문이다. 그렇게 러시아는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역대 최다 메달 획득이라는 기염을 토한다. 이후 평창 동계올림픽을 출전 잘만 하더니 코로나 때문에 한 해 미뤄진 2020 일본 올림픽에선 러시아 이름으로 출전할 수 없게 된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다면 이 다큐멘터리 <이카로스>를 보면 된다.

 

이 다큐멘터리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처음에 '러시아'를 고발할 생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점이다. 감독인 브라이언은 아마추어 사이클 선수로 지금까지 사이클계에 있었던 약물 이슈들을 몸소 증명하려 자신의 몸에 약물을 투약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러시아 반도핑연구소 소장 그레고리 로첸코프의 도움을 받는데 중반부터 이야기는 상상도 못했던 흐름으로 전개된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조지 오웰의 <1984>이다. 이것이 그냥 각색한 영화였다면 뻔한 책이 될 뻔 했지만, 숙청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러시아 연구소장의 손이 이 책이 들려있었던 것은 국가에 대항하는 국민의 마지막 힘을 보여주는 것 같아 많은 생각이 들었다.

 

거짓이 판치는 세상에선 진실을 알리는 것이 혁명이다.

 

후반엔 러시아의 보복이 두려워 나도 같이 오들오들 떨었는데 어쩐지 계속 알 수 없는 눈물이 났다. 브라이언이 없었다면 그레고리는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 근데 이거 설마 페이크 다큐는 아니겠지 'ㅅ' 뒤늦게 드는 의심.. 상도 받았다는데 아닐 거야 설마. 하지만 이런 의심이 들 정도로 절묘한 상황을 필름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