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여름 휴가때 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1인칭 단편이 가진 힘... 이라는 거 정말 대단하고 소설인지 일기인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의 재미, 나도 느꼈던 적이 있었는데 싶었다. 어떻게 이렇게 재밌게, 그리고 통찰력 있게 썼는지 궁금하다. 아니 사실 쓸 수야 있지. 하지만 나이를 먹고도 그런 신선한 감각을 어떻게 유지하고 있는지 그게 너무나 궁금함.

 

앤드루 포터의 소설은 처음이었는데 앞으로 신작이 나온다면 계속 챙겨볼 의향이 있다. 맘 같아서 그 사람의 단편 하나가 완성될 때마다 우리집으로 배송되었으면 좋겠다.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고 읽는 내내 생각함. 가장 좋았던 건 역시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었고 구멍과 아술과.. 머킨과.. 아무튼 다 좋았다. 인간과 인간 사이 그 묘한 기류와 뉘앙스. 읽는 순간 뭔지 알 것 같은 그런 기분들.

 

좋다는 말 밖에 쓰지 않아 정말 바보 같은 리뷰가 되어버리고 말았는데 기존 내 리뷰들과 그다지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

 

나는 그것을 안다. 죄의식은우리가 우리의 연인들에게 이런 비밀들을, 이런 진실들을 말하는 이유다. 이것은 결국 이기적인 행동이며, 그 이면에는 우리가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진실을 밝히는 것이 어떻게든 일말의 죄의식을 덜어줄 수 있으리라는 추정이 숨어 있다. 그러나 그렇지않다. 죄의식은 자초하여 입는 모든 상처들이 그러하듯 언제까지나 영원하며, 행동 그 자체만큼 생생해진다. 그것을 밝히는 행위로 인해, 그것은 다만 모든 이들의 상처가 될 뿐이다. 하여 나는 그에게 말하지 않았다.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그 역시 내게그러했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이 당신을 채워줄 수 있다거나 당신을 구원해줄 수 있다고-이 두 가지가 사실상 다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추정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나는 콜린과의 관계에서 그런 식의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나는 다만 그가 나의 일부, 나의 중요한 일부를 채워주고 있고, 로버트 역시 똑같이 나의 중요한 또다른 일부를 채워주었다고 믿을 뿐이다. 로버트가 채워준 나의 일부는, 내 생각에, 지금도 콜린은 그 존재를 모르는 부분이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렇게 몇 분여를 보낸 후에야, 우리는 마침내 뒤로 돌아 우리의 지나간 행동을 직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