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웨스트

서부의 어린 왕자 제이

 

처음에 배경과 주인공이 따로 노는 듯한 느낌에 집중하기 어려웠음. 대사와 캐릭터도 서부라는 배경과 맞지 않게 동화속 같은 이질감이 들었고, 음악이 나오는 타이밍도 어쩐지 박찬욱 감독 같다는 느낌을 받았음. 아름다운 풍광과 오해로 인해 빚어진 웃픈 비극들이 코엔형제 영화 같다는 말도 있던데 난 코엔 형제 영화 본 게 하나 뿐이라 잘 모르겠구...

 

이야기는 사일러스가 제이라는 사람을 회상하는 나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처음 제이는 '저래가지고 저기서 살아 남겠나 ㅉㅉ' 싶을 정도로 어설픈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데 그게 다 제며드는 과정이었음을 이제는 안다.

 

이 서부영화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다. 갑작스러운 인기척에 쉬... 하고 소리를 죽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멀리서 사람이 오든말든 악기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있고, 고아가 되어 떠도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들을 거두는 사람이 있다.

 

선과 악의 경계는 희미하고 나는 어쨌든 살아남기 위해 안개를 향해 총을 쏜다. 이렇듯 무분별하게 아니면 오해로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이런 현실에서 사일러스는 제이에게서 무엇을 보았나. 이 영화에서 제이는 몇 명을 죽이고 몇 명을 살리나. 단지 살아남은 게 삶의 전부가 될 수 없다는 제이의 말은 서부에서도, 이곳 동북 아시아에서도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