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서 사라진 나라들

역사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자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인데, 이 책의 저자는 흥미로운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책을 쓰는 사람은 학술 자료를 다루는 학자라든지 연구 논문을 지속해서 쓰는 역사학자일 거라고 보통 생각하지만, 이 책은 yes24 책 소개에 따르면 '마니아적인 감각과 덕후다운 취향이 빛나는 역사 교양서를 출간해온 저자'가 썼다. 그냥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이 썼다는 얘기임. 난 이런 콘텐츠를 좋아하는 편인데, 한 장르의 오타쿠가 애정을 바탕으로 글을 쓰면 그 몰입도가 굉장히 높기 때문이다. 자신이 파고 있는 장르를 일반인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최대한 쉽고 재미있게 쓰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이건 일종의 영업임.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폈다.

기대했던 것만큼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썼다. 이 정보가 정확한지, 고증이 제대로 되어있는지는 사실 나로선 알 길이 없지만, 역사에 무지한 내가 대략적인 세계사의 흐름과 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간략하게나마 파악할 수 있어서 좋았다. 처음엔 고대 스파르타나 페르시아가 나와서 무척 흥미진진하게 읽었지만, 가면 갈수록 제국주의에 치를 떨게 되는^^ 그런 내용이었음. 지금 유럽, 특히 영국이 누리는 부는 다 어디에서 왔을까. 뭐, 그런 생각을 안 할 수 없음.

이런 역사서를 읽으며 나라가 침략당했을 때, 저항한다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적어도 우리는 저항했고 어떻게든 나라를 지키려 했다는 기록을 남기는 행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특히 가나의 아샨티 왕국의 저항은 인상 깊었고 그들에게 있을 어떤 자부심은 동북아시아에 있는 내게 느껴질 정도였다.

완독 후 지금 사라질 것 같은 나라는 어디인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는데 가장 먼저 떠오른 건 팔레스타인과 아프가니스탄이다. 이스라엘과 탈레반은 자신들이 어떤 잔혹한 역사를 쓰고 있는지 돌이켜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