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두 번이나 보았는데 볼 때마다 무엇을 기대하고 보는 지 나도 잘 모르겠다. 히어로 무비처럼 화려한 CG나 쾌감이 느껴지는 액션 장면이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이 배우들의 팬도 아니며, 이야기 속에 깜짝 반전이라든지 그런 게 있는 것도 아님.
물론 호아킨 피닉스랑 제니퍼 코넬리가 부부로 나오는 것을 보고 채널을 멈췄던 건 사실이다. 그냥 단순 호기심이라고 할까. 두 사람이 이런 것도 찍었네? 가 전부였음. 물론 이어 나오는 엘르 패닝과 마크 러팔로를 보고 캐스팅 조합이 꽤 신박하다 느끼며 채널을 고정했다.
영화 내용은 아이가 사고로 죽고 그 이후 유가족과 가해자가 어떤 삶을 살아가는 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나의 사건을 두 개의 시선을 볼 수 있음. 사실 순간의 선택으로 인해 단순 사고에서 범죄로 진화된 것이기 때문에 하루 아침에 범죄자가 되어버린 가해자의 시선도 그렇게 남 일 같지 않았다.
단순 가족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연출 때문인지, 아니면 연기자들의 연기력 때문인지 의외로 서스펜스를 느낄 수 있었음. 이야기 전개도 너무 감상에 빠지거나 늘어지지 않고 내 기준 흥미진진하게 적당한 속도로 전개됐다. 이게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원작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함.
호아킨의 연기는 또 새로웠다. 내 머릿속에 있는 조커, 이민자, 그녀, 글래디에이터... 어떤 캐릭터와도 겹치지 않았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얼굴이 서스펜스 전용?같다고 느꼈을 정도로 긴장감 조성에 대단히 한몫하였다. 제니퍼 코넬리 역시 나중에 아이가 왜 숲으로 가려고 했는지 남편에게서 그 이유를 듣고 비명지를 때 정말 함께 울고 싶었음.
영화가 끝나고 나서 가해자와 유가족을 다룬 많은 영화 중 어째서인지 밀양이 떠올랐다. 영화의 결이나 결말이 전혀 달라 이 영화의 대척점에 존재하는 영화 같다고 해야하나. 책으로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공허한 십자가.
이런 주제는 종종 나를 생각에 잠기게 만든다. 이미 아이를 잃은 부모는 가해자를 어떻게 심판하는 게 좋을까.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하면 그 마음이 좀 나아질까? 아니면 용서? 용서가 가능한 일일까? 이 영화의 호아킨은 마크 러팔로를 과연 용서한 거라고 볼 수 있을까?
두 번 볼 영화는 아닌 거 같은데 기회가 있다면 나는 또 볼 것 같다.